여행정보-낭만의 바다열차타고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노래하고
“낭만의 바다열차타고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노래하고~”
낭만 열차와 행복한 커피의 만남
낭만여행의 첫 번째 요소, 단연 기차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열차. 강릉과 동해, 삼척을 잇는 58km 구간은 지명만으로도 환상적인 조합이다. 게다가 이 열차는 바다가 온전히 품으로 들어올 듯 전 좌석이 측면으로 배치돼 있다. 이 바다 열차는 삼척해변역, 추암역, 동해역, 묵호역, 정동진역을 지난다. 어느 역에서 하차하든, 갈 곳 많은 관광지 부자 동네다. ‘여차하면’ 내려도 좋고, 또 여차하면 왕복도 좋겠다. 이렇게 오가길 하루 6회. 10월부터 2월까지는 강릉발 마지막 열차인 오후 5시40분 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열차는 특실 1, 2호차, 일반 3호차, 2인 기준의 프러포즈실까지 외양부터 실내까지 다른 컨셉으로 차별화 했다. 특실 1호차는 시원한 푸른색으로 편안함을 강조했고, 특실 2호차는 극장의 커플좌석을 연상케 한다. 일반 3호차는 동아리 MT나 단체 여행에 적당하도록 꾸몄다. “yes”라는 답을 듣고픈 특별한 날이라면, 프러포즈실을 추천한다. 둘만을 위한 공간은 물론, 와인과 초콜릿, 포토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2월 초 취재 당일, 평일임에도 적잖은 인원이 삼척역에서 ‘바다열차’를 탔다. 기차의 출발과 함께 곧 나타날 바다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간다. 바다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창밖을 향하던 눈길, 자연스레 창 위쪽에 설치된 안내문구에 눈이 간다. ‘신청곡, 사연신청번호 031-3366-5577’. 바다열차에는 FM라디오 부럽지 않은 ‘생방송’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여행 왔다’는 여고생들의 사연, 결혼 8주년 기념 여행이라는 부부의 사연, ‘콧구멍에 바람 좀 넣으려 맏며느리 모임에서 왔다’는 사연 등 탑승객만큼 신청곡도 각양각색이다.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줬던 사연신청곡방송은 빙고게임으로 이어진다. 주로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 이벤트가 진행되며, 정차역이나 바다가 보이는 구간에서는 주변 관광지에 대한 안내가 꼼꼼히 소개된다.
정동진역에서는 7분간 하차 할 수 있다. 탑승객 모두 짧은 시간을 이용해 소중한 추억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의 한 장면이 촬영됐던 곳에서도 한 장, 기차를 배경으로 또 한 장, 사진이 늘어갈 수록 추억도 늘어간다. 손에 카메라를 꼭 쥐고 소녀 같은 설렘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영순(51)씨에게 말을 건넸다. “경기도 구리, 맏며느리 모임에서 왔어요. 일 년에 한 번씩 떠나는 여행인데 좋은 구경해서 행복하네요. 강릉에서 초당두부까지 먹으면 일정이 끝나요” 바다열차 게시판에도 좋은 평가가 이어진다. 열차를 이용한 한 고객은 “입대를 앞둔 아들과 졸업을 앞둔 딸과 떠난 여행으로 바다 열차를 타게 됐다”며 “여러 모습의 바다를 정말 눈이 시리도록 만났다”고 감상을 표현했다. 바다열차 특실 1, 2호차 탑승권은 15000원이며, 일반3호차는 10000원이다. 프러포즈실은 총 3실이 있으며 2인 기준 50000원이다. 삼척, 동해, 강릉 지역민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탈 수 있다. 기차 안에는 객실과 함께 스낵바도 마련돼 있어 간단한 음료와 커피, 주전부리 등을 판매한다. 기차에서 내린 후에는 탑승권을 이용해 제휴관광지 할인도 꼼꼼히 챙겨 즐기자. 바다열차 이용고객은 강릉 대관령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정동진타임스토리, 오죽헌, 선교장, 강릉유람선 등을 30%에서 5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동해 망상오토캠핑리조트, 천곡천연동굴, 무릉계곡, 고래화석 박물관, 삼척 환선굴 모두 50% 입장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삼척역을 지나는 삼척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알찬 여행법. 해신당공원 코스는 매주 토, 일 각 1회씩 운행하며, 대금굴 코스는 매월 2, 4째주 토, 일요일 각 1회씩. 버스요금은 6000원 초·중·고등학생 3000원 7세 이하는 무료다. 관광지 할인은 이용일 포함 3일간 유효하다.
강릉은 바다열차의 종착역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건 볼 것 많고 갈 곳 많은 곳이 강릉이다. 어디 한 곳 빠지지 않은 관광지들을 제쳐 두고 ‘간택’된 곳은 ‘커피 만드는 집’들이다. 커피를 행복이라 여기는 보헤미안, 커피는 ‘어느 날’이라는 테라로사. 이 두 곳을 다녀온다면, 기꺼이 낭만을 강릉에 맡길 만 하단 확신이 든다. 주문진에 자리한 보헤미안은 커피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주인이자, 바리스타인 ‘박이추’씨는 우리나라 커피 1세대로 꼽히는 거장이다. 그는 재일교포로 일본 규슈에서 태어나 1988년 서울 혜화동에 첫 커피전문점을 열기까지, 가게 이름 마냥 ‘보헤미안’ 같은 삶을 살아온다. 이후로도 안암동, 강원도 오대산과 경포대, 현재 보헤미안이 있는 강릉으로 오기까지의 여정 역시 ‘보헤미안’ 스럽다. 카페 제일 안쪽 볕 잘 드는 3번 테이블에 앉아, 박이추 선생에게 맛있는 커피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100% 완벽한 커피는 맛있는 커피와 거리가 멀지 싶다. 커피에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커피 만드는 기술이 절반이라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절반이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만드는 커피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커피를 알게 되면 천천히 길을 걷게 된다. 그 자체로 깊고, 또 즐기는 시간이다”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행복한 길을 걷다보면 운명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뜻이라고 했다. ‘유토피아’란 단어를 거론하자, “그래요. 그런 거”라며 맞장구를 친다. “주문을 받으면서 난 마시는 사람을 생각한다. 마시는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게 커피 아닐까. 서로가 모르는 타인이지만 이곳(보헤미안)에서 커피로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주문진 해변을 지척에 둔 보헤미안은 ‘커피 볶는 집’이자 펜션이기도 하다. 보페미안펜션의 객실에서는 바다와 일출을 볼 수 있고 주변에는 소금강과 경포대 해수욕장, 주문진 해수욕장이 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다.
강릉 또 하나의 커피공간, 우리나라 유일의 ‘커피공장’이라 불리는 테라로사로 향했다. 강릉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알음알음 커피마니아들 가운데 입소문이 퍼진 곳이다. 본사와 함께 시내에도 점포를 두고 있어 커피를 체험하기에 편리하다. 입구는 너른 가정주택을 연상케 한다. 따듯한 느낌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커피랜드’가 펼쳐진다. 여기저기 자유로운 모습 가운데, 유독 카메라를 든 손님이 많다. 독특한 실내 디자인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배려한 덕이다. 무엇보다 커피라는 매력적인 피사체가 시선 돌리는 곳마다 가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 편에서는 자루 가득 각양각색의 커피, 홀 가운데서는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맛보는 손님들, 그리고 자그마한 커피나무와 세계 각국의 진기한 커피 잔들까지 온통 눈과 마음을 뺏는 것들이다. 커피 공장에서 직접 커피를 볶아 생산한 쿠바산 크리스털 마운틴,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예멘의 모카 사니니, 하와이의 코나 등 좀처럼 만나기 어렵고 값비싼 커피들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테라로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테라로사는 카페와 커피공장, 그리고 커피 아케데미를 함께 운영한다. 커피의 매력에 빠지고픈 이들에게 활짝 열린 문이다. ‘제대로 만든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문화공간’인 테라로사는 강릉 관동대학교 앞에서 굴산사터 쪽으로 들어가다 하솔가든 팻말을 따라 가면 왼쪽으로 테라로사 간판이 나온다. “때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잔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리처드 브로티칸)”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 때가 있었다. 멋있었던 이 말이 유치하게 느껴지고, 다시 가슴에 와 닿기 까지, 우리 인생의 행복은 어디쯤 가 있을까. 열심히 달려온 시간에 대한 공허감, 그리고 실패에 대한 지난함. 일상적으로 느끼는 상실감과 패배감. 그건 아마 “좀 있어 보이려” “좀 멋있어 보이려” 소소한 일상을 뒤로 한 채 달려온 시간에 대한 작은 벌일지 모른다. 그사이 ‘희망’과 ‘행복’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보헤미안 :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181 (산등성 솔밭길) 테라로사: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 9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