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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뇌 만들기, 브레인 피트니스(brain fitness)가 주목 받고 있다. 식스팩(six pack)과 S라인을 가꾸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하듯, ‘두뇌짱’이 되기 위해 두뇌 트레이닝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근육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근육은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는데 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사람은 평생 자신이 갖고 있는 두뇌 능력의 10% 미만만을 활용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의 기능이 퇴화할 뿐 기능을 증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기존 입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지난 4월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지에 ‘기억훈련 게임을 8일 이상 받은 사람의 지능지수(IQ)가 크게 향상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훈련을 통해 ‘두뇌짱’을 꿈꾸는 현장을 찾았다.
- ▲ 감각운동 통합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 뉴로 피드백 훈련을 받는 어린이. photo 이구희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제대로 집중할 때 베타파 활성화”
지난 7월 14일 강남구 대치동의 ‘마인드 메디 클리닉(www. mindmedi.com·02-3412-7300)을 찾았다.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초등학생부터 40~50대 성인에 이르기까지 ‘두뇌 훈련생’들로 북적였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도 적지 않게 찾는다고 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두뇌 훈련 프로그램은 10여가지. 우선 두뇌의 특성과 기능을 평가한 뒤 결과에 따라 △집중력 훈련 △시(視)지각 훈련 △청(聽)지각 훈련 △감각운동 통합훈련 △뇌 영양 요법 △신경학적 영어학습 방법 등이 따로 이뤄진다.
집중력 훈련실을 들여다보니 한 남자 대학생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뉴로 피드백(neuro feedback) 훈련이다. 뉴로 피드백 훈련이란 뇌파의 움직임을 모니터로 직접 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두뇌 상태를 만들어가는 최첨단 뇌파 클리닉. 배지수 원장은 “토익 시험을 앞두고 집중력이 떨어져 고민하다 찾아온 학생”이라면서 “최근에는 입사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찾는 취업 준비생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뇌파의 움직임과 변화는 두뇌의 건강 상태, 다시 말해서 학습과 행동에 관련된 현재 상황을 표시해 줍니다. 슬럼프나 학업 성적의 하락, 불안과 수면 부족, 집중력 부족,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같은 증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영상과 뇌파 프로그램을 통해 뇌파를 조절해서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필요한 학습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뉴로 피드백의 메커니즘입니다.”
집중을 잘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모니터에 각기 다른 표시가 나타나기 때문에 직접 보면서 훈련을 반복해 나가면 스스로 뇌파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채영 테라피스트(therapist)는 “뇌파에는 멍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세타(theta)파와 집중한 상태에서 나오는 베타(beta)파, 그리고 긴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하이베타(high beta)파 등이 있다”면서 “제대로 집중한 순간에는 베타파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보통 눈을 뜨고 하는 베타 영역 훈련은 의식 상태에서 활동할 때 생길 수 있는 집중력 장애나 불안, 우울, 간질, 통증, 뇌졸중 등 두뇌 손상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다. 눈을 감고 명상 상태에서 하는 알파-세타 훈련은 알코올이나 약물, 컴퓨터 등 각종 중독증의 치료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공포증, 만성피로증후군, 화병이나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치료하는 데 활용된다.
- 청지각 능력 높이고 감각운동 통합훈련도
건너편 청지각 훈련실에서는 초등학생 두 명이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헤드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의 주파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처음에는 평상시 듣는 주파수로 음악이 나오고 조금 지나면 고주파 음악이 나오는 방식이다. 무뎌진 청신경을 고주파로 자극해서 청지각 능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청지각 훈련은 흔히 ‘사오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크다고 배지수 원장은 말했다. 말하는 것을 기억하고 이해한 뒤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로 CAPD(Central Auditory Processing Disorder·중추 청각정보 처리기능 이상)라고도 하는데, 청력에 이상이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인체의 감각 기관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바로 귀인데 청지각에 문제가 생기면 말하기 능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구 근육 트레이닝은 시각을 통한 정보 입력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브레인 트레이닝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뇌 기능 이상으로 인한 난독증 때문에 정상적인 읽기, 쓰기가 불가능해서 학업 수행이 불가능했던 20대 여성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제대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됐는데 이 여성은 나중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고 한다. 시지각 훈련실 벽에는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성룡(成龍),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난독증(難讀症)을 이겨낸 스타’라는 설명과 함께 붙어 있었다.
인지능력·언어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정을 잘 조절하기 힘들 때에는 감각운동 통합훈련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감각운동 통합훈련은 IM(Interactive Metronome)이라고 하며 집중력과 감각 기능을 높이고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면 학습 능력이 배가된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모니터에서 동작을 주문하는 숫자 신호가 나오고, 헤드폰에서 나오는 신호음에 맞춰 동작을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모니터에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르라는 숫자 3이 떠오르면, 헤드폰에서 들리는 신호음에 정확히 맞춰 두 동작을 함께 하는 식이다. 제대로 이뤄지면 모니터에는 초록색 불이, 너무 빠르면 붉은색, 느리면 노란색 불이 켜진다.
10여가지의 반복적인 동작을 순간적으로 따라하는 과정에서 신경 세포조직이 자율적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훈련자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확인 할 수 있도록 결과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감각운동 통합훈련은 골프 선수들이 특히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프로 무대에 입문한 선수는 물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급 선수도 찾는다고 한다.
“집에서 하는 ‘3·6·9 게임’도 뇌 건강에 좋아”
배지수 원장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흔히 하는 3·6·9게임(1부터 순서대로 숫자를 외치다가 3·6·9가 들어갈 때 숫자 대신 박수를 치는 게임)을 추천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누굴 기다리는 시간에 머릿속으로 다소 복잡한 숫자 계산을 하는 것도 생활 속의 좋은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프로그램을 집에 설치해서 가족이 함께 브레인 피트니스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클리닉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부천시 중동의 ‘닥터 브레인에서도 뉴로 피드백 훈련을 전문으로 한다.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학생들이 주로 찾으며 전문 트레이너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지도 관리하는 ‘홈 트레이너 방문 교육’이 특징이다. 뇌파 측정과 학습능력 테스트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개인별 맞춤 훈련을 하게 된다. △뇌 산소 공급을 위한 호흡훈련 △뇌 이완훈련과 뇌 훈련 준비교육 △자신의 훈련 모드에 따른 뉴로 피드백 훈련 등의 과정을 거친다. 부모가 자녀의 두뇌 훈련을 도울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 교육도 실시한다.